매년 ‘역대급 폭염’이 갱신되고 장마가 50일을 넘어가는 등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기후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기구는 지구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요?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부교수이자 IPCC 종합보고서 핵심저자로 참여 중인 이준이 교수에게 들어봅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 1.1도 증가
-광범위하게 가속화 중인 기후변화
-20년 이내에 1.5도 지구온난화 도달,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 감축 필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위기 수준이라는 징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우, 산불 등 기상이변과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습니다.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미비했으며 그 결과 지구 평균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공동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에 기여했습니다. 현재까지 다섯 번에 걸친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며, 과거/현재/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습니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많은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후 대책은 목표 달성과의 간극이 큽니다. 올해 8월 9일에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상황의 엄중함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의 창이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65개 국 234명의 주저자가 약 14,000편의 과학 출판물을 평가해 기후변화 과학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담았죠. 그 중에서도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의 핵심 메시지는 크게 4가지입니다.
첫째,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으로 지난 1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약 1.1도 1850-1900 평균 대비 상승했으며,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빠르게 심화되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은 과거 수천 년 혹은 수십만 년 동안 전례 없던 변화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소 지난 2백만 년 중 가장 높으며, 해수면 상승은 최소 지난 3000년 중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인간 활동이 현재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더불어 폭염, 폭우, 가뭄 등 극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1950년 이래 극한 고온의 빈도/강도의 증가와 1970년 이래 해양 온난화와 해양산성화, 1979년 이래 북극 해빙 40% 감소 등의 주요 원인은 인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셋째, 우리가 선택할 사회경제적 경로에 상관없이 앞으로 20년 이내에 1.5도 지구온난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 시스템의 많은 요소가 지표 기온 상승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온난화가 추가로 진행될 때마다 기후변화는 모든 지역에서 더욱 커질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 10년에 한 번 발생하던 폭염은 현재 약 1.1도 지구온난화 상황에서 3.5년에 한 번 발생하는 추세입니다. 1.5도, 2도, 4도 지구온난화가 되면 각각 2.4년, 1.8년 그리고 거의 매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즉, 과거의 극한 기후 현상이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평균값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도 혹은 2도 아래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메탄 및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이고,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합니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의 질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미래 현 세대와 후속 세대가 경험할 기후는 우리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1.5도 온도상승에 도달해 약간의 오버슈트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함께 즉각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시작한다면 2100년까지 1.5도 아래로 온도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세계가 전년 대비 약 7.6%씩 온실가스 배출을 매년 저감해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합니다. 올해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국가들이 2030년까지 더욱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오버슈트(over shoot): 제어량이 목표값 또는 설정점을 초과해 상승하는 현상
이준이 교수의 ESG 칼럼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